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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비즈니스

오픈소스에 첫 기여하기까지, 내 코드가 머지된 날

by notes9107 2026. 8. 13.

1. 서론: 오픈소스는 나에게 남의 나라였다

오픈소스는 나에게 언제나 남의 나라였다. 남의 코드를 읽는 일에는 익숙했지만, 내가 쓴 코드를 낯선 개발자에게 보여준다는 생각만 하면 가슴이 답답해졌다. 실수하면 어쩌나, 부끄럽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항상 앞섰다. 물론 그런 걱정은 어디까지나 내 마음속에서만 자란 상상이었다. 하지만 그 상상은 생각보다 끈질겨서, 깃허브 계정을 만든 지 1년이 지나도록 나는 아무것도 올리지 못했다. 그런 내가 오픈소스에 첫 기여를 한 건 개발을 시작한 지 3년이 되던 해였다. 이 글은 그날 이후 머지가 될 때까지 겪은 시행착오와, 그 과정에서 조금씩 바뀐 내 생각을 솔직하게 풀어놓은 기록이다.

2. 첫 도전: 오타 하나 고치기까지 두 달

시작은 참 소박했다. 내가 매일 쓰는 파이썬 라이브러리의 문서에서 예시 코드에 오타가 있다는 걸 발견했다. 별것 아니었지만 고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풀 리퀘스트를 보내려고 하니 두 달이나 미뤘다. 계정을 만드는 것부터 어색했고, 남이 읽을 내 코드라는 생각에 손가락이 무거웠다. 그 두 달 동안 나는 같은 문서를 열고 닫기를 반복했다. 고치려면 어디를 고쳐야 하는지도 이미 알고 있는 상태였다. 내가 쓴 첫 커밋 메시지는 'fix typo' 한 줄이 전부였다.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그때는 그것조차 남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웠다. 결국 회사에 나 혼자 남아 있던 금요일 저녁, 더 미루면 평생 못 보내겠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서 첫 기여를 보냈다. 전송 버튼을 누른 뒤 한 시간은 화면만 바라봤다. 손이 떨려서 커피도 제대로 못 마셨다.

오타 발견부터 첫 PR, 반려, 재도전, 머지 완료까지의 오픈소스 첫 기여 여정 5단계 흐름도
▲ 오픈소스 첫 기여의 여정

3. 두 번의 반려와 그 안에서 배운 것

첫 답장은 이틀 만에 왔다. 메인테이너는 두 줄을 남겼다. 그동안 링크가 깨져서 문서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 나는 그 말을 보고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내가 보낸 수정이 오히려 문서를 더 어지럽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코드 한 줄을 고치는 기여였다. 이번엔 프로젝트의 코딩 컨벤션과 어긋나 다시 반려됐다. 그때는 정말 속상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낯선 사람이 내가 보낸 코드를 시간을 내어 읽고 지적해 준 것 자체가 고마운 일이었다. 되돌아보면 두 반려 모두 이유가 명확했다. 덕분에 나는 그 프로젝트를 코드가 아니라 관례로 읽는 법을 조금씩 배웠다.

4. 머지라는 작은 기적

세 번째 도전은 한층 작았다. 문서에서 한글 번역이 빠져 있는 걸 발견해서 파일 하나를 추가했다. 이번에는 기여 가이드를 끝까지 읽고, 줄 바꿈 규칙까지 맞춰서 보냈다. 그런데도 보내고 나서는 밤잠을 설쳤다. 또 반려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일주일 뒤 '머지했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짧은 코멘트가 달렸다. 그 코멘트를 나는 열 번쯤 다시 읽었다. 정말 내 이름이 남의 프로젝트에 남는구나 하는 기분은 이상하면서도 뿌듯했다. 모니터 앞에서 조용히 주먹을 쥐었던 그 순간, 오픈소스가 그렇게 먼 곳에 있지 않다는 걸 처음 실감했다. 별것 아닌 기여였지만, 나에게는 어쩌면 가장 큰 시작이었다.

5. 기여가 바꿔 놓은 내 개발 습관

그 후 내 습관은 조금씩 달라졌다. 남이 읽을 코드를 쓴다는 생각에 함수 이름 하나까지 고민하게 됐고, 커밋 메시지에는 무엇을 왜 고쳤는지 이유를 적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내 코드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아직 배우는 중이어서라는 마음가짐이 생겼다. 이 마음가짐은 내가 어떤 피드백을 받든 흔들리지 않는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지금도 모든 기여가 머지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반려를 받을 때마다 그 프로젝트를 읽는 눈이 조금씩 깊어진다. 그 두려움에 막혀 있었던 시간들이 문득 아쉽기도 하다.

오픈소스 기여 전과 후의 개발 습관을 빨강과 초록으로 비교한 표
▲ 첫 기여가 바꾼 개발 습관

6. 결론: 기여는 실력이 아니라 용기에서 시작된다

내 코드를 남에게 보여주는 일은 개발자에게 가장 큰 두려움 중 하나다. 나도 그랬고, 지금도 낯선 프로젝트에 기여할 때면 손이 떨린다. 하지만 그 두려움을 넘어서는 순간, 성장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나처럼 오타 하나 고치다가 두 달을 미뤘던 사람도, 결국은 머지라는 문턱을 넘었다. 작은 문서 수정 하나부터 시작해 보길 권한다. 거창할 필요도, 완벽할 필요도 없다. 용기를 내서 한 번 보내 보는 것, 그것이 첫 기여의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