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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비즈니스

대체 데이터(Alternative Data): 퀀트 투자의 새로운 무기

by notes9107 2026. 8. 24.

1. 제가 대체 데이터를 찾기 시작한 이유

저는 2023년 3월부터 국내 소비주와 물류주를 대상으로 간단한 퀀트 전략을 운영했습니다. 처음에는 네이버 금융에서 내려받은 재무제표와 가격, 거래량만 엑셀에 넣었습니다. 분기 실적이 발표된 뒤에는 숫자가 깔끔하게 보였지만, 매수 신호가 나온 시점에는 이미 주가가 움직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2023년 2분기에는 영업이익 증가율이 높은 종목을 매수했는데, 발표 다음 날 주가가 8% 넘게 오른 뒤라 기대했던 가격에 진입하지 못했습니다. 그때 재무제표가 틀린 게 아니라, 제가 너무 늦게 보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했습니다.
처음 대체 데이터를 접한 계기는 2023년 7월에 읽은 해외 리서치 보고서였습니다. 보고서에는 매장 방문량, 웹사이트 유입, 선박 위치처럼 아직 실적 발표에 반영되지 않은 흔적을 수치로 바꾸는 방법이 소개돼 있었습니다. 저는 거창한 위성 이미지부터 따라 하지 않고, 접근이 쉬운 웹 트래픽과 검색량부터 시험했습니다. 당시 월 12만 원짜리 API를 한 달 구독하고 특정 유통기업 18곳의 방문자 추이를 모았습니다. 기대와 달리 방문자 수가 늘어난 종목의 주가가 모두 오르지는 않았고, 그 실패가 제 분석 습관을 바꾸는 출발점이 됐습니다.

2. 위성 이미지로 매장 주차장을 세어 본 경험

2023년 9월에는 공개 위성 이미지로 대형마트 주차장 차량 수를 직접 세어 봤습니다. 토요일 오후 이미지 6장을 비교하면서 매장별 차량 대수를 표시했는데, 처음에는 차량이 많은 곳의 매출도 높을 거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촬영 시간이 오전 10시인 이미지와 오후 4시인 이미지를 섞으니 결과가 크게 흔들렸습니다. 비가 온 날에는 주차장 빈 공간이 더 넓어 보였고, 인근 행사장에 세워진 차량이 매장 방문객처럼 포함되기도 했습니다. 세 번의 계산에서 같은 매장의 차량 수가 214대, 176대, 238대로 달라졌고, 저는 이 숫자를 그대로 매매 신호로 쓰면 안 된다는 걸 배웠습니다.
그 뒤에는 조건을 좁혔습니다. 같은 매장, 같은 요일, 비슷한 시간대의 이미지 만을 비교하고, 최소 8주치 자료가 모일 때까지 판단을 미뤘습니다. 2024년 1월부터 3월까지 11개 매장의 주차 밀도를 기록한 결과, 방문량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늘어난 4개 기업 가운데 실제 매출 증가가 이어진 곳은 3곳이었습니다. 숫자가 제법 그럴듯해 보여도 표본이 작으면 특정 매장 리모델링이나 지역 행사에 쉽게 휘둘렸습니다. 위성 자료는 미래를 알려 주는 예언이 아니라, 다른 자료와 맞춰 보는 보조 신호라는 기준을 그때 세웠습니다.

3. 웹 트래픽과 검색량에서 겪은 착시

웹 트래픽 분석에서는 더 큰 실수를 했습니다. 2024년 2월 한 온라인 판매기업의 모바일 방문자가 한 달 만에 31% 늘자, 저는 신규 고객이 급증했다고 판단해 해당 종목을 매수했습니다. 그런데 유입 경로를 다시 확인하니 방문자의 상당수가 할인 이벤트 페이지와 광고 봇에서 들어온 기록이었습니다. 실제 결제 전환율은 4.2%에서 2.7%로 떨어졌고, 기업이 실적 발표에서 마케팅 비용 증가를 밝힌 날 주가는 6.4% 하락했습니다. 방문자 수 하나만 보고 매출을 추정한 제 모델이 얼마나 쉽게 속는지 확인한 사건이었습니다.
이후부터는 방문자 수보다 재방문율, 장바구니 이동률, 결제 페이지 도달률을 함께 기록했습니다. 제가 만든 간단한 점수표에서는 방문자 증가율에 20점, 재방문율에 30점, 결제 전환율에 50점을 배정했습니다. 물론 이 가중치가 객관적인 정답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2024년 4월부터 6월까지 23개 기업을 검증했을 때, 세 지표가 동시에 좋아진 7개 기업의 다음 분기 매출 방향이 5곳에서 맞았습니다. 반대로 방문자만 급증한 9개 기업 중에서는 3곳만 예상과 같은 흐름을 보였습니다. 숫자를 많이 모으는 것보다 어떤 방문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졌는지를 구분하는 일이 먼저였습니다.

4. 소셜 감성 점수에 기대었다가 손실을 본 날

소셜미디어 감성 분석도 직접 시도했습니다. 2024년 5월, 공개 게시글 4만 8천 건에서 특정 기술기업 이름이 언급된 문장을 모아 긍정·부정 단어의 비율을 계산했습니다. 긍정 비율이 62%까지 올라가자 저는 시장의 기대가 커졌다고 보고 소액 매수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게시글을 읽어 보니 신제품을 비꼬는 표현과 같은 문장을 반복하는 홍보성 계정이 상당수였습니다. 주가가 이틀 동안 9% 밀린 뒤 원문 500개를 다시 읽었고, 기계적으로 분류한 문장 중 약 18%가 반어법이나 광고 문구였습니다. 그날 손실액은 수수료를 포함해 17만 3천 원으로 크지 않았지만, 숫자에 그럴듯한 이름을 붙였다고 분석이 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오래 남았습니다.
그 이후에는 감성 점수를 단독 매매 신호로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계정 생성일이 30일 이내인 게시글, 같은 문장이 반복되는 글, 짧은 시간에 비정상적으로 몰린 글을 따로 제외했습니다. 또 게시글 수가 평소 평균의 3배를 넘을 때는 오히려 경고 표시를 붙였습니다. 2024년 7월부터 10월까지 기록한 16개 이벤트를 돌아보니, 감성 점수보다 언급량의 급증과 거래량 변화를 함께 봤을 때 방향 판단이 조금 나아졌습니다. 그래도 이 신호는 하루나 이틀짜리 관심을 포착하는 데 가까웠고, 기업의 현금흐름을 대신하지는 못했습니다.

5. 선박 위치 자료와 비용의 현실

2024년 8월에는 해운주를 살펴보려고 공개 AIS 자료를 사용했습니다. 저는 항구 입항 횟수와 대기 시간을 주간 단위로 집계해 운임지수와 비교했습니다. 처음 한 달은 배가 항구에 오래 머물면 물동량이 많다고 해석했지만, 실제로는 기상 악화와 파업으로 지연된 경우가 섞여 있었습니다. 부산항 인근의 평균 대기 시간이 18시간에서 41시간으로 늘어난 주에도 컨테이너 처리량은 감소했습니다. 선박의 위치만으로 화물의 종류나 기업별 매출을 단정한 제 가정이 틀린 셈입니다. 항만 공지와 운임 자료를 함께 확인한 뒤에야 대기 시간의 원인을 구분할 수 있었습니다.
비용도 예상보다 부담스러웠습니다. 처음에는 공개 자료와 직접 만든 수집 프로그램으로 시작했지만, 선박 식별 정보가 빠진 날이 많아 유료 정제 자료를 알아봤습니다. 한 업체의 견적은 연 1,800만 원이었고, 제 투자 규모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월별 표본 항구 5곳만 남기고, 주간 대신 월간 지표로 낮췄습니다. 자료를 많이 확보하는 방향보다 제가 실제로 검증할 수 있는 범위로 줄이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개인 투자자가 대형 기관과 같은 양의 자료를 따라가려 하면 분석보다 구독료와 관리 작업에 지치기 쉽다는 것도 이 과정에서 알게 됐습니다.

6. 제가 지금 지키는 대체 데이터 사용 원칙

현재 제 대체 데이터 목록에는 위성 이미지, 웹 트래픽, 검색량, 소셜 언급량이 남아 있지만, 어느 하나도 매수 버튼을 바로 누르게 만들지는 않습니다. 저는 먼저 자료의 출처와 수집 시점, 결측 구간을 기록하고, 실적 발표일 이후에 공개된 값이 섞이지 않았는지 확인합니다. 2025년 1월부터는 매매 전에 반드시 과거 2년 구간을 나눠 검증하고, 수수료 0.3%와 예상 미끄러짐 0.5%를 반영했습니다. 그렇게 하니 겉으로 연 18% 수익처럼 보이던 전략이 비용 반영 후 6%대로 내려갔습니다. 보기 좋은 백테스트보다 실제 거래에 가까운 계산이 훨씬 냉정했습니다.
제가 독자에게 권하고 싶은 시작 방법은 비싼 자료를 먼저 사는 일이 아닙니다. 관심 기업 5곳을 정하고, 한 가지 신호만 골라 8주 이상 손으로 기록해 보길 바랍니다. 저는 매주 금요일 방문자 추이와 거래량, 공시 내용을 한 표에 적은 뒤 다음 주 주가와 비교했습니다. 기록을 남기면 어떤 신호가 맞았는지보다 왜 틀렸는지가 보입니다. 개인 정보가 섞인 자료나 출처가 불분명한 판매용 파일은 사용하지 않고, 공개 범위와 이용 약관도 확인해야 합니다. 제가 겪은 실패를 기준 삼아 작은 표본으로 검증하고, 판단 근거를 직접 설명할 수 있을 때만 투자 결정에 참고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