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1년에 책 50권을 읽겠다고 정한 것은 거창한 목표를 세우고 싶어서가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 업무가 바빠질수록 비슷한 문제를 비슷한 방식으로만 해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기술을 다루는 일은 계속했지만, 제 사고방식 자체는 좀처럼 넓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권이라는 단순한 기준을 세웠고, 출퇴근 시간과 잠들기 전 30분을 독서 시간으로 고정했습니다. 처음에는 숫자를 채우는 일이 성장처럼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중요한 것은 읽은 권수보다 책을 통해 질문이 달라지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50권이라는 목표를 세운 이유
처음부터 50권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첫해에는 12권을 목표로 잡았고, 그중 절반은 중간에 포기했습니다. 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제 생활 속에 독서 시간이 제대로 자리 잡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업무가 늦게 끝난 날에는 책을 펼치는 대신 영상을 보며 쉬었고, 주말에는 읽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책을 아예 피했습니다. 다음 해에는 목표를 높이되 방법을 바꿨습니다. 한 권을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규칙을 버리고, 지금 제 문제와 연결되는 책을 먼저 골랐습니다. 그렇게 하니 독서는 의무가 아니라 업무와 생활을 정리하는 도구에 가까워졌습니다.
읽기 기록보다 중요한 선택 기준
저는 책을 고를 때 다른 개발자들이 많이 읽는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실제로 유행하는 책을 샀다가 첫 장부터 제 상황과 맞지 않아 몇 주 동안 책상 위에 방치한 경험이 여러 번 있습니다. 지금은 업무에서 반복되는 고민을 먼저 적습니다. 설명을 짧고 명확하게 하지 못한다면 글쓰기와 커뮤니케이션 관련 책을 고르고, 일정이 자주 흔들린다면 시간 관리보다 의사결정에 관한 책을 찾아봅니다. 기술서도 무조건 최신판만 고르지 않고, 기초 원리를 설명하는 책과 실제 사례를 다룬 책을 번갈아 읽습니다. 이 기준을 세우고 나서부터는 책 한 권이 끝난 뒤에도 메모와 질문이 남아 다음 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완독에 집착하다가 얻은 실패
50권을 채우려던 첫 시도에서 가장 크게 실패한 부분은 모든 책을 같은 속도로 읽으려 했다는 점입니다. 얇은 에세이와 전문서, 번역서를 모두 일주일 안에 끝내려 하니 어려운 책은 문장만 따라가게 됐습니다. 특히 한 전문서는 이해하지 못한 내용을 표시만 해둔 채 끝까지 읽었고, 며칠 뒤에는 무엇을 배웠는지 거의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그때부터는 책마다 목표를 다르게 정했습니다. 어떤 책은 핵심 개념 세 개만 이해하면 멈췄고, 어떤 책은 한 장을 읽은 뒤 실제 업무에 적용할 질문을 적었습니다. 읽기를 중단하는 것을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자 오히려 중요한 책에 더 오래 머물 수 있었습니다.
책 한 권이 업무 방식을 바꾼 순간
가장 기억에 남는 변화는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문제를 다시 쓰는 습관이 생긴 일입니다. 예전에는 동료에게 요청을 받으면 바로 해결 방법부터 찾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처음 요청한 방향에 끌려가고, 며칠 뒤 요구사항이 달라지면 같은 일을 다시 해야 했습니다. 한 책에서 문제를 사실과 해석으로 나누어 기록하는 방식을 접한 뒤,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현상과 원인, 확인할 조건을 따로 적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일정이 촉박한 작업에서도 이 메모를 먼저 공유했더니, 제가 이해한 문제와 팀이 생각한 문제가 다르다는 사실을 초기에 발견했습니다. 작업 속도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오래 달리는 일이 확실히 줄었습니다.
메모는 많이 쓰는 것보다 다시 보는 것이 중요했다
독서를 시작한 초반에는 책에 밑줄을 많이 긋고 문장을 그대로 옮겨 적었습니다. 노트는 금방 두꺼워졌지만 실제로 다시 펼쳐보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책을 읽은 뒤 세 가지만 남겼습니다. 기억하고 싶은 핵심, 제 상황과 다른 부분, 이번 주에 시험해볼 작은 행동입니다. 예를 들어 집중력을 다룬 책을 읽고는 아침에 휴대전화를 보지 않겠다는 거창한 결심 대신, 출근 후 20분 동안 오늘 할 일을 종이에 적는 행동을 정했습니다. 일주일 뒤 결과를 짧게 기록하니 책의 내용이 제 경험과 섞여 오래 남았습니다. 독서 노트는 감상문이 아니라 다음 행동을 확인하는 기록에 가까워졌습니다.
50권을 읽으며 달라진 개발자의 시선
여러 분야의 책을 읽은 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기술을 기술만으로 보지 않게 됐다는 것입니다. 사람의 협력 방식, 조직의 의사결정, 문장을 전달하는 방법을 다룬 책도 제 업무에 직접 영향을 줬습니다. 과거에는 문제가 생기면 능숙한 사람이 더 빨리 해결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왜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지, 누가 어떤 정보를 놓쳤는지, 다음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남아 있는지를 함께 살핍니다. 물론 책을 읽는다고 판단이 항상 정확해진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익숙한 방식이 유일한 답이라고 단정하는 횟수가 줄었고, 다른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볼 여유가 생겼습니다. 이 변화는 새로운 기술 하나를 익힌 것보다 긴 시간 동안 더 큰 도움이 됐습니다.
권수보다 오래 남은 변화
지금도 저는 매년 50권을 반드시 채우지는 못합니다. 바쁜 해에는 37권에서 멈추기도 했고, 반대로 짧은 책을 많이 읽어 숫자만 늘어난 해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독서를 계속하는 이유는 읽은 책의 수가 제 경력을 대신 설명해주기 때문이 아닙니다. 책을 읽으며 제 생각의 빈틈을 발견하고, 다른 사람의 경험을 빌려 제 선택을 점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독서를 시작하려는 분이라면 처음부터 많은 권수를 정하기보다 한 달에 한 권, 그리고 책에서 얻은 내용을 한 번만 생활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저처럼途中で 멈추고 다시 시작해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몇 권을 읽었는지가 아니라, 읽기 전과 후의 내가 어떤 질문을 다르게 던지게 되었는지입니다.
'IT & 비즈니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개발자의 발표 잘하는 법: 두려움을 넘어서 (0) | 2026.09.10 |
|---|---|
| 신입 개발자 시절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일곱 가지 (0) | 2026.09.10 |
| 쓸데없는 회의 줄이기: 개발자의 시간을 지키는 법 (0) | 2026.09.09 |
| [2026 비즈니스 리포트] 왜 글로벌 선도 기업은 구글 클라우드(GCP)를 선택하는가: 데이터 지능화와 차세대 인프라 전략 (0) | 2026.09.08 |
| [2026년 대전환] AI는 어떻게 자본과 기술의 경계를 허무는가: 멀티모달과 온디바이스 AI의 실전적 이해 (0) | 2026.09.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