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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 프로젝트가 내 커리어를 바꾼 이유: 1년간의 솔직한 기록

by notes9107 2026. 8. 13.

지난해 봄, 저는 회사 일 외에는 코드를 단 한 줄도 쓰지 않는 개발자였습니다. 매일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하루가 끝났고, '개발자로서 성장한다'는 말이 도무지 와닿지 않았습니다. 회사에서 시키는 기술 스택만 공부하고, 주어진 일정 안에서 요구사항을 구현하는 일이 전부였습니다. 성장에 대한 막연한 불안만 커져 가던 어느 주말, 아무도 시키지 않은 작은 프로그램 하나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제 인생의 첫 사이드 프로젝트였고, 지금 돌아보면 그 작은 선택이 제 커리어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 놓았습니다.

사이드 프로젝트로 직접 만든 시간관리 앱의 화면
▲ 주말마다 조금씩 만들어 나간 첫 사이드 프로젝트의 화면

사이드 프로젝트가 준 첫 수확은 '주인의식'이었습니다

회사 코드는 제가 만들고 고쳐도 결국 남의 프로젝트입니다. 그런데 제 프로젝트는 달랐습니다. 기획, 설계, 구현, 배포, 운영까지 모든 결정의 주체가 바로 저였습니다. 처음에는 '대충 만들어도 되지' 싶었지만, 실제 사용자가 생기기 시작하자 책임감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서버가 죽으면 밤에 알림을 받고 일어나 직접 고쳐야 했고, 버그 리포트를 받으면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원인을 추적해야 했습니다. '시키는 일'과 '내 일'의 차이를 몸으로 깨달은 순간이었습니다. 이런 경험은 회사 업무로도 이어져, 맡은 일의 끝까지 책임을 지는 태도가 자연스럽게 몸에 배게 되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이렇게 성장했습니다

회사에서는 이미 다 갖춰진 인프라 위에서 일했지만, 사이드 프로젝트에서는 모든 것을 처음부터 선택해야 했습니다. 데이터베이스 스키마를 직접 설계하고, 배포 자동화를 구축하고, 모니터링까지 붙여야 했습니다. 인프라 비용을 아끼려고 클라우드 대신 작은 서버로 시작했다가, 트래픽이 몰리는 날 서버가 뻗는 사고도 겪었습니다. 배포 직후 발생한 장애로 새벽까지 원인을 찾던 날도 있었습니다. 그날의 경험 덕분에 이후로는 로깅과 알림을 가장 먼저 설계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남이 알려주기 전에 스스로 부딪히며 배운 것들은 오래 남습니다. 강의를 백 개 듣는 것보다, 직접 실패를 겪는 것이 훨씬 빠르게 성장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몸으로 확인했습니다.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 그리고 그때 깨달은 것

물론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흥미를 잃고 방치한 적도 있고, 아무도 안 쓸 기능을 며칠씩 붙이다가 결국 지워버린 적도 있습니다. '거창한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욕심에 계획만 잔뜩 세우고 손도 못 댄 프로젝트도 여럿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몇 가지를 배웠습니다. 시작은 작고, 지속할 수 있는 규모여야 한다는 것. 기능 하나만 제대로 만들어도 충분하다는 것. 그리고 완벽하지 않아도 남에게 보여주는 용기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공개하고 나서야 비로소 피드백을 받고, 그 피드백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동력이 되었습니다.

커리어에는 실질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나

사이드 프로젝트는 이력서에서도, 면접에서도 큰 힘이 됐습니다. '왜 이 프로젝트를 만들었고, 어떤 문제를 겪었는지'를 물어볼 때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술술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남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결과물이 있다는 것 자체가 설득력이었습니다. 또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만난 사람들과의 교류는 예상 밖의 기회로 이어졌습니다. 기술적으로 조금 부족하더라도 끝까지 만든 사람이 결국 신뢰를 얻는다는 것을 이력서 한 장보다 선명하게 보여주는 경험이었습니다. 이력서에 적힌 기술 스택보다, 직접 만들어 공개한 것 하나가 저를 훨씬 잘 소개해 주었습니다.

마무리하며: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돌아보면 중요한 것은 화려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내가 주도하는 작은 것 하나'를 끝까지 붙잡고 있었는가였습니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개발자로서 나를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었습니다. 남들과 비교할 필요도 없고, 반드시 돈이 되는 서비스일 필요도 없습니다. 오늘 내가 쓰는 코드, 내가 내리는 하나의 설계 결정이 곧 나의 성장 기록입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좋으니, 이 글을 읽는 분도 오늘 밤 하나쯤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분명 1년 후의 당신은 지금의 저처럼, 조금 다른 곳에 서 있게 될 것입니다.